저는 빵순이입니다. 저의 넘버원은 베이글이지요. 베이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70대이신 제 아버지는 베이글을 보고 항상 유태인빵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가해서 베이글의 역사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베이글의 기원과 스타일은 이제 도시와 트랜드에 따라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뉴욕과 런던은 각각의 도시 특색에 맞는 베이글 문화를 형성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베이글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뉴욕 베이글과 런던 베이글이 어떻게 다른지, 그 기원, 만드는 방식, 맛과 식감, 토핑의 구성, 문화적 의미까지 좀 세세히 알아보고 하나 사먹으러 갈까 합니다.
기원과 역사: 유대인 이민자 문화에서 출발
베이글의 기원은 폴란드와 동유럽의 아슈케나지 유대인 공동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많은 유대인 이민자들이 미국과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자신들의 음식 문화도 함께 퍼졌고, 그 결과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베이글이 발전하게 됩니다.
뉴욕 베이글은 20세기 초, 유대인 이민자들이 브루클린과 브롱크스 지역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뉴욕 베이글은 그 이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현재는 미국동부식 베이글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런던 베이글은 주로 이스트런던의 브릭레인(Brick Lane) 지역을 중심으로 퍼졌으며, 현지에서는 ‘Beigel’ 또는 ‘Beygel’이라는 철자로 더 자주 사용됩니다. 역시 영국은 미국의 아메리카노를 롱블랙이라고 부르듯이 자신들만의 메뉴를 만들어 씁니다. 특히 Brick Lane Beigel Bake 같은 전통 베이글 베이커리는 런던 베이글의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제조 방식과 식감의 차이
뉴욕 베이글과 런던 베이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제조 방식과 식감에 있습니다.
뉴욕 베이글은 반죽을 찬물에 데친 후 굽는 방식(boiled & baked)을 따릅니다. 데치는 과정에서 반죽의 표면이 젤라틴화되어 쫀득쫀득하면서도 두툼한 식감을 만들어내며, 내부는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을 가집니다. 설탕 또는 보리가루(malt) 등을 넣어 반죽의 풍미와 색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표면은 반짝이며, 껍질은 씹는 맛이 있지만 그리 딱딱하지 않습니다.
런던 베이글은 뉴욕 스타일보다 작고 납작한 편이며, 껍질이 더 두껍고 쫄깃한 편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데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오븐에서 구울 때 높은 온도를 사용하여 더 바삭한 식감를 가집니다. 내부는 촘촘하고 탄력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더 ‘질긴’ 식감을 가집니다. 런던 베이글은 식사용보다는 일반간식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며, 껍질의 질감을 중요시합니다.
토핑과 속재료의 문화적 차이
뉴욕과 런던의 베이글은 토핑과 속재료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당연히 지역의 음식 문화, 취향, 사회적 배경이 다른 결과입니다.
뉴욕 베이글은 ‘모든 것’을 올린 ‘모듬 베이글(Everything Bagel)’이 대표적입니다. 양파, 마늘, 참깨, 양귀비씨, 소금 등이 표면에 뿌려져 있으며, 크림치즈, 훈제 연어(lox), 케이퍼, 양파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양한 맛의 크림치즈(허브, 마늘, 치브, 딸기 등)와 조합되는 경우가 많아, 아침 식사나 브런치로 매우 인기 있습니다. 저는 생각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런던 베이글은 영국인들이 심플한 조리법에 익숙해서 그런지 토핑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속재료로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salted beef)와 겨자(mustard), 피클이 들어간 전통적인 스타일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이스트런던의 베이글 베이커리에서는 이 조합이 클래식으로 여겨집니다. 뉴욕 스타일처럼 다양한 재료를 올리기보다는, 한 가지 메인 속재료에 집중하여 간결한 맛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런던 베이글은 밤 시간대에도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클럽이나 바에서 귀가하는 사람들이 야식으로 즐기는 야식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반면, 뉴욕 베이글은 아침 식사나 브런치 중심의 식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결론: 베이글,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음식
뉴욕 베이글과 런던 베이글은 같은 유대인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각 도시의 기후, 식습관, 소비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바뀌었습니다. 뉴욕은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들고 다니며 먹는 다채롭고 풍성한 속재료와 부드러운 식감, 런던은 심플하고 쫄깃한 맛에 야식으로 즐겨 먹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빵이 아니라, 도시의 삶과 여유로운 문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뉴욕이 빠르고 다채로운 도시의 감성을 담고 있다면, 런던은 전통과 절제의 미학을 베이글에 담아낸 셈입니다. 여행을 하게 된다면, 두 도시의 베이글을 각각 맛보며 그 도시의 맛있는 문화를 경험해봐야겠지요?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럼, 저는 이제 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인정하면서 집근처 뉴욕 베이글을 먹으러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