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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 유미지 상담 대화록
상담자:
요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유미지:
그냥... 방에 있어요. 누워 있다가, 가끔 핸드폰 보다가… 그래요.
상담자:
바깥에 나가본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요?
유미지:
음... 3년쯤 된 것 같아요. 운동 그만두고 나선… 나갈 이유도 없었어요.
상담자:
나가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유미지:
다 나를 쳐다볼 것 같아요. ‘쟤 저거밖에 안 됐대’ 이런 말 하는 것 같고… 그냥... 숨고 싶어요.
상담자:
그 부상 이후, 많이 괴로우셨겠어요.
유미지:
저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부상 한 번에 끝났어요. 나라는 사람이 사라진 기분이에요.
상담자:
운동선수가 아니어도, 유미지라는 사람은 계속 존재해요. 그 사실, 믿기 어렵죠?
유미지:
맞아요. 전 선수였지, 그냥 사람은 아니었어요.
상담자:
혹시, 지금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요?
유미지:
나가서 누가 나를 실망하면 어쩌죠? 또 실패하면 어떡하죠? 아예 기대 안 받는 게 편해요.
상담자:
그런 불안, 누구라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시도해본 적 있나요? 작은 거라도.
유미지:
얼마 전에… 엄마 심부름으로 나가려다 문고리 잡고 다시 누웠어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상담자:
잘하셨어요. 거기까지 간 것도 엄청난 용기예요. 다음엔 문밖까지, 그 다음엔 문 앞으로 가볼까요?
유미지:
어제 나갔어요. 진짜로. 대문 밖으로. 숨차고 온몸이 떨렸어요.
상담자:
멋져요! 그 순간, 어땠어요?
유미지: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내가 평범하게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분. 조금 신기했어요.
상담자:
그것이 바로 회복의 시작이에요. '할 수 있다'는 감각, 아주 중요한 감각이죠.
상담자:
요즘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유미지:
할머니가 한 말만 계속 생각해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상담자: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생기셨나요?
유미지:
그냥… 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요. 나 혼자가 아니라.
상담자:
그걸 ‘연결’이라고 해요. 사람은 연결될 때 회복됩니다.
유미지:
이제는 나도 사람들 속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도 그냥… 살아도 되는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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